
본 공상과학 소설은 필립 K. 딕의 《임포스터》 작품을 각색한 것으로 현재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정치상황과는 아주 무관하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윤스터
제1장 두 행성의 숙명
은하계 외곽, 알파 센타우리 성계에는 두 개의 거대한 행성이 영원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었다. 붉은 빛으로 둘러싸인 보수 행성(Conservative Planet)과 푸른 빛이 감도는 진보 행성(Progressive Planet).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행성은 이념과 철학의 차이로 끊임없는 갈등을 벌여왔다.
진보 행성의 수도 뉴여의도에 위치한 중앙통제실에서, 행성의 최고 지도자 문자인(Moon Zain)이 거대한 홀로그램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에는 오랜 세월 품어온 야망이 번뜩이고 있었다.
"보수 행성과의 갈등을 영원히 종식시킬 때가 왔다." 문자인이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옆에는 차세대 지도자로 촉망받는 리자밍(Lee Zaming)이 서 있었다.
"각하, 정말로 그 계획을 실행하시겠습니까?" 리자밍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야심과 불안이 교차하고 있었다.
문자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차가우면서도 계산적인 미소였다. "프로젝트 임포스터(Project Impostor)가 완성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직접적인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보수 행성은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홀로그램 화면에는 비밀 연구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는 수십 명의 과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정교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인간이었지만, 그 내부에는 복잡한 인공지능과 프로그래밍된 임무가 숨겨져 있었다.
"윤스터(Yoonster)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이 로봇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완전히 믿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수석 과학자가 보고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의 참된 지도자라고 확신하며, 보수 행성의 대통령이 되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파괴활동을 할 것입니다."
문자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다. 보수 행성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지도자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리자밍은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각하, 만약 계획이 실패한다면? 윤스터가 자신의 정체를 깨닫는다면?"
"그럴 일은 절대 없다." 문자인이 단호하게 답했다. "윤스터의 프로그래밍은 정말 완벽하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보수적 인간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의심한다 하더라도..."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 순간이 바로 보수 행성의 종말이 될 것이니까."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진보 행성의 비밀 우주선이 조용히 발사되었다. 그 안에는 윤스터가 깊은 잠에 빠진 채 누워 있었다. 그의 인공 뇌 속에는 수십 년간의 가짜 기억과 보수적 이념이 완벽하게 입력되어 있었다. 그는 깨어날 때 자신이 보수 행성 출신의 정치인이라고 믿을 것이고, 운명적으로 대통령이 되어 보수 행성을 이끌게 될 것이었다.
우주선이 보수 행성의 궤도에 진입하자, 윤스터의 인공 심장이 천천히 박동을 시작했다. 그의 눈꺼풀이 떨렸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신념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신이 보수 행성을 구원할 진정한 지도자라는 확신이었다.
제2장 가면을 쓴 구원자
보수 행성의 수도 피케이에 불시착한 윤스터는 곧바로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그의 첫 공개 연설은 보수 행성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는 자신이 보수의 참된 지도자라고 선언했다.
"동지들이여!" 윤스터가 수만 명의 군중 앞에서 외쳤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보수를 지키기 위해 왔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태어났다!"
군중들은 열광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십 년간 정치적 혼란을 겪어온 보수 행성의 국민들에게 뜬금없이 나타난 윤스터는 보수를 새롭게 이끌 구세주처럼 보였다.
하지만 윤스터의 행동에는 미묘한 모순이 있었다. 그는 보수의 지도자라고 주장하면서도, 때때로 보수 세력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기존의 보수 정치인들은 쥐약 먹은 놈들과 같다!" 그가 한 집회에서 외쳤다. 청중들은 당황했지만,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이끌려 여전히 박수를 쳤다.
또 다른 연설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나는 '국물의힘'을 뽀개서 박살내겠다!" 국물의힘은 보수 행성의 전통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말이었는데, 윤스터는 그것을 파괴하겠다고 공언한 것이었다.
이렇게 윤스터가 막말을 해도 인기를 얻자 막판에는 아무 말 대잔치도 이어 갔다. "국물은 다 마셔 버려야지, 건더기만 남는다!" 윤스터는 보수의 대세가 자신에게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자 대충 대충 놀면서도 인기를 유지했다.
그러자 보수 행성의 원로들은 회의를 열었다. "윤스터의 발언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한 원로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부정할 수 없소." 다른 원로가 답했다.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이상, 우리도 따라야 하지 않겠소?"
"그렇긴 하지만..." 첫 번째 원로인 홍다구리가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때때로 그는 마치 우리를 적대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수 세력은 윤스터의 모순적 행동을 그의 '혁신적 리더십'으로 해석했다. 그들은 기존의 보수 정치가 실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윤스터 자신도 이러한 모순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프로그래밍은 완벽했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보수의 구원자라고 믿었으며, 자신의 모든 행동이 보수를 위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진정한 보수다." 그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되뇌었다. "나는 보수 행성을 구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서는 진보 행성에서 입력된 파괴적 임무가 조용히 작동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수 행성을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정치적 지지율이 치솟자, 윤스터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선거 캠페인은 보수 행성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인상적이었다. "국민이 키운 윤스터,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슬로건 아래, 그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선 연설에서 윤스터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사명을 다짐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대통령으로서 보수 행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겠습니다!"
하지만 진보 행성에서는 문자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계획의 첫 번째 단계가 성공한 것이었다. 이제 윤스터가 보수 행성을 내부에서 파괴하는 일만 남았다.
제3장 무능한 지도자의 탄생
대통령에 취임한 윤스터는 처음 몇 달 동안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늘의 일정은 무엇인가?" 윤스터가 비서에게 물었다.
"각하, 경제 회의가 오전 10시에, 국방 회의가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모두 취소하게." 윤스타가 무심하게 답했다. "나는 술이나 한잔 마시러 가겠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중요한 정책 결정은 미뤄지고, 국정은 방치되었다. 윤스터는 대통령궁에서 놀고먹는 일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의 하루 일과는 늦잠, 골프, 술자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맨날 술만 먹고 늦잠을 자다 보니 대통령 집무실에 갈 수 없는 날도 많았다.
보수 행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들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실업률은 치솟고, 사회 불안도 증가했다. 국민들은 점점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시민들이 거리에서 외쳤다.
"우리가 뽑은 지도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
언론들도 윤스터의 무능함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스터는 이러한 비판을 모두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언론들이 나를 음해하고 있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소리쳤다. "나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진보 세력의 음모다!"
그동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윤스터가 대통령이 이룬 업적은 이렇다 할 것도 없었다. 이제 윤스터의 무능함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보수 행성의 모든 분야가 후퇴했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윤스터에 대한 불신은 극도로 커졌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됩니다." 보수당의 원로들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아우성입니다!"
윤스터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자, 그는 갈수록 초조해졌다. 그의 인공 뇌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신호들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진보 행성에서 입력된 파괴적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를 몰아내려는 음모가 있다." 윤스터가 측근들에게 말했다. "이들은 모두 반역자들이다."
"각하, 진정하십시오." 측근이 달랬다.
"진정하라고? 내가 언제까지 이런 모욕을 참아야 한단 말인가!" 윤스터의 목소리가 점점 격해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비상 조치를 취하라. 모든 적들을 제거하라.' 그것은 진보 행성에서 입력된 숨겨진 명령이었다.
윤스터는 자신도 모르게 그 명령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계엄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철저히 준비되지 않았고 즉흥적이며 무모한 것이었다.
"이제 그들이 누가 진짜 대통령인지 알게 될 것이다." 윤스터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광기에 가까운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제4장 절망적인 계엄령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보수 행성 전체에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윤스터가 긴급 방송을 통해 계엄령 선포를 발표한 것이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윤스터가 창백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반국가 세력들이 합법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계엄령을 발동합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보수 행성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윤스터의 계엄령은 처음부터 허점투성이였다. 충분한 준비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계엄사령관은 지금 누구입니까?" 한 장군이 물었다.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 윤스터가 당황하며 답했다.
"계엄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모든... 모든 반대 세력을 체포하고 처단하는 것이다!"
군부는 혼란에 빠졌다. 누구를 체포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더욱이 많은 군 간부들이 윤스터의 명령에 소극적이었다.
"이것은 불법적인 명령입니다!" 어떤 하급자는 사임서를 내며 소리쳤다.
"우리는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수 없습니다!" 군 내부에서도 윤스터의 계엄령 발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결국 계엄령 발동 3시간 만에 상황은 완전히 윤스터의 통제를 벗어났다. 진보 행성의 프락치들로 구성된 국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계엄령 해제를 요구했고,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계엄령을 철회하라!"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은 물러가라!"
군대조차 분열되어 계엄령은 이미 휴지 조각이 되었고 일부는 윤스터를 지지하고, 일부는 반대했다. 보수 행성은 내전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
윤스터는 대통령궁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그의 측근들은 모두 도망쳤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경호실 외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된 거지?" 그가 중얼거렸다. "나는 분명히 올바른 일을 했는데..."
그의 머릿속에서는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모순된 명령들이 충돌하면서 그의 인공두뇌는 과부하 상태에 놓였다.
계엄령이 발동되었지만 이미 효력은 상실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헌법재판소는 긴급 판결을 내렸다. 윤스터의 계엄령은 불법이며, 그는 대통령직을 박탈한다는 것이었다.
"윤스터는 더 이상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장이 엄숙하게 선언했다.
마침내 윤스터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그 자신이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여겼다.
"나는 대통령이다! 나는 보수의 진정한 지도자다!" 그는 입술을 씹으면서 절규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보수 행성의 국민들은 그를 완전히 버렸다. 그들이 한때 보수의 새로운 구원자라고 믿었던 윤스터는 이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어리석은 지도자에 불과해 보였다.
헌재의 결정에 이어서 내란죄로 고발되어 감옥에 갇힌 윤스터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음모의 희생자라고 믿었고, 언젠가는 복권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진보 행성에서는 문자인이 만족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계획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제5장 정체성의 혼란
감옥에 갇힌 윤스터는 매일같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간수들에게, 변호사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그는 여전히 자신이 보수 행성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믿었다.
"이것은 모두 음모다!" 그를 면회 온 변호사에게 소리쳤다. "불순한 좌파 진보 세력들이 나를 몰아내기 위해 꾸민 일이다!"
"각하, 아니 이제는 윤스터 씨." 변호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실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계엄령은 실패했고,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윤스터가 분노했다.
"나는 국민들이 선택한 지도자다! 'Again Yoon'이다!"
'Again Yoon'은 그가 자신을 지지하는 유튜브 세력들에게 보내는 암호 같은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제 그의 지지자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윤스터를 통해서 더 이상 유튜브에서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극우 유튜버들은 윤스터에게 등을 돌려 버렸다.
재판이 시작되었다. 윤스터는 법정에서도 자신의 대통령직을 주장했다. 그는 판사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당신들에게 나를 재판할 권한이 있느냐?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피고인은 조용히 하시기 바랍니다." 판사가 망치를 두드렸다.
"나는 피고인이 아니다! 나는 대통령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스타의 행동은 더욱 이상해졌다. 그는 때때로 중얼거리며 허공을 응시했고,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내뱉었다.
"시스템... 오류... 명령... 충돌..."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신과 의사들이 그를 진찰했다. "환자는 심각한 정신적 혼란 상태에 있습니다." 의사가 보고했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때때로 의미 불명의 단어들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윤스터의 혼란은 단순한 정신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인공 뇌 속에서는 프로그램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보수의 지도자'라는 표면적 프로그래밍과 '보수 행성 파괴'라는 숨겨진 임무가 모순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나는 누구인가?" 윤스터가 혼자 감방에서 중얼거렸다.
그의 기억들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었다.
"나는 인간이다. 나는 보수다. 나는 대통령이다." 그는 마치 주문을 외우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밤마다 그의 꿈에는 기괴한 영상들이 나타났다. 푸른 빛이 감도는 실험실,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 그리고 자신이 누워있는 수술대. 하지만 깨어나면 그는 그것들을 악몽으로 여겼다.
진보 행성에서는 문자인이 윤스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윤스터 몸 안에 내장된 송신기를 통해 그의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윤스터의 프로그램이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과학자가 보고했다.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어요."
문자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다. 곧 최종 단계가 시작될 것이다."
윤스터의 정신적 혼란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이것이... 정말 내 얼굴인가?" 그가 중얼거렸다. "나는 무엇인가?"
제6장 보수 행성의 궤멸
윤스터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 절정에 달한 날, 마침내 운명의 순간이 오고 있었다.
감옥 안에서 홀로 앉아있던 윤스터는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았다.
"내가... 설마..."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내가 정말로 진보 행성에서 보낸... 가짜 지도자 로봇인가?"
그 순간, 그의 내부에서 숨겨져 있던 자폭 장치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문자인은 윤스터가 자신의 정체를 깨달을 경우를 대비해 최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던 것이다.
윤스터의 몸에서 이상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인공 심장이 과부하 상태에 놓였고, 내부의 핵융합 장치가 불안정해졌다.
"아니다... 아니다!" 윤스터가 절규했다. "나는 인간이다! 나는 찐보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몸에서 파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핵융합 반응의 전조였다.
감옥의 간수들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윤스터가 왜 저러지?"
"드디어 미친건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빛이..."
윤스터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피부 밑에서 파란 기계 부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진짜 정체를 완전히 깨달았다.
"나는... 나는 로봇이었다..." 그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엄청한 폭발이 일어났다. 윤스터의 몸에서 시작된 핵융합 연쇄반응이 순식간에 보수 행성 전체로 확산되었다.
파란 빛의 파동이 감옥을 뚫고 나와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다. 건물들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대기가 플라즈마로 변했다. 보수 행성의 수도 피케이는 단 몇 초 만에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폭발의 여파는 멈추지 않았다. 행성의 지각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마그마가 분출했다. 바다는 끓어올랐고, 대기는 파란 불꽃으로 가득 찼다. 수많은 보수 행성 주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우주에서 바라본 보수 행성은 거대한 파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순간이 왔다. 행성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핵융합로가 되어 폭발했다.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보수 행성은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진보 행성에서는 망원경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과학자들이 경악했다.
"보수 행성이... 완전히 궤멸했습니다!"
문자인은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빛의 잔광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완벽하다. 아주 퍼펙트하다! 이제 우주에서 보수라는 이념은 영원히 사라졌다."
그때 리자밍이 문자인의 곁으로 슬며시 다가왔다.
"각하, 정말로 해냈군요. 이제 우주는 우리 것입니다."
"지금은, 리자밍이 나설 때가 됐습니다."
"그렇다." 문자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스터는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비록 본인은 끝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