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제8화 나는 바람둥이다

제8화 나는 바람둥이다

B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집에서 술을 먹다보니 너무 많이 먹었는지 몸이 휘청했다. 정말 이렇게 술을 마셔본지가 꽤 오래 된 것 같았다. 

A는 B에게 과음한 것 같으니 이제 들어가서 쉬라고 하면서 부축을 하여서 그녀를 침대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A는 돌아서서 이제는 설겆이하고 자신도 쉬겠다고 했다. 

B는 A가 자신을 방으로 데려다 주고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것 같고 이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다보니 목이 말라서 물을 먹어야 할 것 같아 거실로 나가니 불도 모두 소등되었고 주방은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언제 식사를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식탁도 정리되었고 식기들도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B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서 시원한 물 한 컵을 마셨지만 아직도 갈증이 났다.

물을 먹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문득 A가 궁금해졌다. 

어떻게 이불과 베개는 잘 꺼내서 덮고 자는지 내심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그런 마음이 들었다. 살며시 그가 잠든 방안을 보았다. 

A는 깊은 잠에 아직 빠지지 않은듯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때 B는 갑자기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밤은 아주 짙어지고 집안은 모두 불이 꺼져서 칠흑같은 분위기였다. 

B는 살며시 A가 자는 방에 들어갔다. 

B는 A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가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살짝 한번만 그를 안아보고 나올려고 했다. 그냥 몸이 그렇게 이끌리고 있는 것을 B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직 취기도 남아 있고 몸은 뜨거웠다. B는 아무 말 없이 A 옆에 누워서 엄마가 아이를 안듯 그냥 안아줬다. 

B의 따뜻한 가슴에 A의 얼굴은 묻히고, B는 A의 등을 다독거렸다. A는 잠들지 않은 것 같았다. B가 이렇게 안아주니 A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럴수록 B는 더 A를 감싸주었다. 다시는 이제 그런 사고를 치지 말라고 감싸주는 엄마와 같이 말이다. 


나는바람둥이다


그날 밤 B는 A를 잠깐 포옹만 해주고 그의 방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에 그를 안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새벽에 B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A의 몸짓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나니, 인간의 모든 일도 또한 밤에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B는 A와 이렇게 다시 만나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A에 대해 섭섭함과 미워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느새 둘의 어색한 사이는 눈 녹듯 녹아버리고 일상에서 둘은 누가 보아도 잉꼬부부와 같았다. 

"원앙이 따로 있나, 우리가 원앙이지"라는 노래가사가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는지 B는 운전을 할 때 이 노래만 주구창창 들었다. 

하루 아침을 시작하면서 기쁘고 밤이 되면 더 기뻤다. A가 항상 준비하는 저녁식사는 B를 위해 정성껏 준비된 만찬이었다. B는 자신의 일을 마치고 A와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을 언제부터인지 기다리게 되었다.

A는 요리에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요리사 자격증을 따서인지 몰라도 맛있는 식사를 늘 준비했다. 

A는 특정한 직업도 없이 거리를 전전하다가 이제는 남자 전업주부가 되었다. A는 자신의 과거를 씻고 오로지 B의 휴식을 도우면서 가사도우미 같이 집에서 살림을 하고 B가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데 부족함이 없이 하였다. 

정말로 누가보면 A는 착한 남편으로 보였다. B의 사업은 한편 나날이 번창해갔다. B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일상을 보냈고 즐겁고 행복한 마음에 들떠 있었다. 또한 A와 다시 같이 살면서 B는 자신이 '여자'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B가 A와 이렇게 일상의 행복한 시간으로 다시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문득 B는 A가 가엾게 생각되었다. 

요리를 잘 하는 것으로 봐서는 중식당을 하나 내주고 싶었다. 자신이 소유한 빌딩의 지하 큰 한식당이 임대가 만료되어서 나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중식당은 차려주는 것이다. 이제 A가 중식당을 하면서 집에서 요리만 하는 남자가 아니라 그래도 요식업에 충실한 비지니스맨으로 당당하게 살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쓸데없는 소문도 불식할 겸 남편을 이제 해외에서 돌아온 요리사로 소개하면 될 것 같았다. 

B의 이러한 생각은 현실로 구체화 되었다. B는 중식당을 오픈해서 A에게 깜짝 선물하기로 했다. 남자가 계속 집에만 있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고 또한 아직 50대인데 한참 일 할 나이가 아닌가 싶었다.

얼마후 중식당의 인테리어를 모두 마치고 개업을 준비하면서 B는 A를 자신의 빌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중식당에 데리고 가서 이제 당신의 일을 해보라고 했다. 

A는 B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중식당을 개업해준 것에 대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기뻐하기만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남자 구실을 못했던 A가 이제 당당하게 나서게 된 것이다. A는 눈물만 글썽거렸고 당신 밖에 없다는 말만 연신하였다. 

중식당이 오픈하는 날에는 완벽한 부부와 같았다. 축하해주려고 온 손님들에게 A와 B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일단 그동안 솔로로 알았던 자신에게는 사실 해외에서 주방장 생활을 마치고 온 남편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은 그동안 B가 남자들과 골프도 안치고 혼자 독신자로 왜 살아왔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말로 대단한 남편을 두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식당이 개업하는 날에 B는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업가나 지인들에게도 정식으로 A를 남편으로 소개했다. 

이제 B에게는 슬픔은 없고 기쁨만 남은 것 같았다. 

이게 인생일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어쩌면 여기에 맞는 것 일지도 모른다. 

To Be Continued By C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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