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제4화 나는 바람둥이다

 

제4화 나는 바람둥이다


A도 역시 B를 그곳에서 만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듯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 여기에 어떻게"

A와 B, 둘은 서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얼음같이 굳어 버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천하에 부드러운 남자이면서 매너짱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자랑하는 F의 남자가 A였다. B는 할 말도 잊은 채 아무 생각이 없이 일어나서 휘청함을 느끼면서 그냥 걸어 나갔다. 도저히 그 사람과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F는 영문도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전혀 영문을 눈치채지 못했다. A는 밖으로 떠나가는 B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돌리고만 있었다. B는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모든 것이 꿈만 같고,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F에게 미주알고주알 오늘 저녁 일을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B에게 있어 A는 이제 정말 잊힌 사람이고 지금 다시 만나서 무슨 말을 듣겠는가 싶었다. 

F는 다음 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B는 A를 만났다는 사실보다도 F가 출근하지 않은 것에 더 마음이 쓰였다.  그 날 오후에도 F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계속 꺼져만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사표를 냈다는 사실이었다. 

B는 F의 이런 돌발적인 퇴직에 어제 저녁의 일이 화근이었으리라 믿었다. 그렇지만 F로부터는 그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에 전주에서 F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후 전주에서 B는 오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만났던 A에 대해서는 이제 알고 싶지도 않고 묻고 싶지도 않다. 혼자 지내면서도 세월은 참으로 잘 흘러갔다. A가 집을 나가고 그 사람과 절연을 하고 산지도 어느새 20년도 지났다. 그때 제주도에서 출산한 딸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혼자 산다는 것이 B에게는 아주 익숙한 일이 되었다. 또한 B는 직장에서 독립해서 자신이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한 것을 주력으로 해서 큰돈도 벌었다. 전주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건물도 마련하였다. B는 그냥 일하면서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 내 팔자에 남자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B의 나이가 불혹이 넘어 50세가 될 때였다. 이제는 B가 중년의 아줌마일 것 같지만 그래도 혼자서 살면서 필라테스로 몸도 잘 가꾸고 옷도 잘 입어서 전주에서는 아주 멋쟁이 아줌마로 소문이 났다. 더군다나 빌딩까지 소유한 여자재력가라는 소문이 돌면서, 몇몇 남자들은 껄떡이면서 골프라도 한번 같이 치는게 소원이라고 했다. 

B는 나이를 먹으면서 더 아름답고 화려해졌다. 가진 것도 많아지고, 여유도 많고 B는 오십이 넘었지만 농염한 자태까지 엿 보였다. 지역사회가 워낙 좁다 보니 B가 어디서 밥을 먹고 누구와 어울린다는 소문 아닌 소문도 돌고 돈 많은 홀아비나 힘 좀 쓴다는 재력가들은 B를 여사친으로 두었으면 하고 내심 욕심을 부렸다.

그날도 골프를 한 판 치고 집에 이르렀다. 자신의 벤츠에서 내려서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려는 순간에 누군가 갑자기 나타났다. B는 무척이나 놀랬다. 혹시나 강도나 또는 불량배가 온 것은 아닌가 했지만 이내 누군지 금방 알아봤다. 바로 A였다. 


나는바람둥이다


A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있었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스쳐갔다. 결혼하기 전에는 바람을 폈던 것에 울고불고했던 애들 같은 모습으로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나타나서도 잘못을 용서받으려고 하지도 않고 묵묵하게 있었다.

B는 그러한 A를 외면하고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A가 B에게 말했다.

"그냥, 커피 한 잔만 먹고 갈께"

"난 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자격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돼"

이제는 마음 속에서 모든 것이 정리되었기에 A를 미워할 것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고, 불쌍해할 것도 B에게는 없었다. B는 몇 십 년 만에 자신 앞에 선 A를 보면서 파노라마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냥, 돌아가세요, 난 당신에게 들을 말도 없고, 할 말도 없으니"

"이제와서 왜 나타났냐고"

원망도 아닌 자책도 아닌 그냥 덤덤한 말투로 B는 A가 돌아서길 바랐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어느 한 마음 한 구석에는 실낱 같이 가느다란 어떤 감정이 뭉클하는 것이 지나가면서 이것은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와서 무슨 면목으로 당신을 보겠소, 그렇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

"잠깐이면 되니, 차 한잔만 먹고 가겠소"

To Be Continued By C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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