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제2화 나는 바람둥이다

제2화 나는 바랑둥이다

즐거운 신혼여행을 마치고 새롭게 단장된 집에서 함께 하는 둘만의 행복한 시간은 영원할 것 같았다. 그렇게 일 년이 채 가기도 전에 결혼식 전에 A와 진한 사랑을 나눈 결과 임신은 빠르게 되었다. 

결혼하자마자 임신한 B의 배는 점점 불러오면서 살도 찌고 여러모로 자기 관리가 되지 않았다. 어떤 날은 A가 출근을 해도 아침에 화장도 못하고 아침밥도 못 차린 지 여러 날이 되었다. 그렇지만 착한 A는 B에 대해서 아무런 닦달도 안 하고 오히려 걱정만 해주는 정말 대한민국 모범남자의 표본 같이 굴었다.

B가 만삭이 될 무렵이었다. 이제는 B가 너무 힘들어서 거실에서만 생활하고 있고, 때로는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A는 오늘도 야근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직장에서도 승진도 하고, 바쁜 일도 많아져서 밤 12시가 지나서 들어오는 것은 예사였다. B는 차라리 A가 바쁜 편이 좋았다. 저녁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배달음식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면 되고, 네플릭스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냥저냥 보통 사람들도 이렇게 살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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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어김없이 밤 12시가 넘어서 A는 비틀거리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봉봉, 사랑해요!"

A는 들어오자마자 애정공세를 퍼부면서 또 '당신만이 내 사랑이야' 라는 레퍼토리를 늘어놨다. B는 이제 A의 이런 레퍼토리를 이제는 항상 재방송하는 TV의 대사 같이 느껴졌다.

"어서, 가서 씻고 자요, 내일도 출장 간다면서!"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대화를 하던 중, A의 휴대폰이 크게 울렸다. 평소에는 진동이나 무음이었는데 갑자기 벨이 울리니 B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빨리 A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했다. 술에 너무 취해서 비틀거리던 A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휴대폰을 찾았다.

B는 휴대폰을 그의 양복에서 찾아 준다고 꺼냈는데, 정작 꺼낸 휴대폰은 울리지 않고 있었다. 전화 벨소리는 바로 그의 서류가방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아니 이 사람이 휴대폰이 두 대를 갖고 다니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니 금방 꺼졌다. 그리고 전화 발신자 표시에는 "총무팀"이라고 되어 있었다.

"당신, 왜 휴대폰이 두 대?"

"총무팀에서 오 밤중에 당신에게 전화를 했네?"

"회사에서 무슨 급한 일이 생긴 것 아냐? 어서 연락해!"

그러자, A는 술이 확 깬다는 듯 B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듯 나꿔채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 그거 회사업무폰 이야"

"총무팀 발신으로 되어 있지, 아마 내일 부산 출장 건으로 전화한 것 같은데, 내가 미리 연락을 받아서 알고 있는 내용이니 이 시간에 전화할 필요는 없지, 아 총무팀은 늘 나를 챙겨준다니까, 하하하"

이런 말과 함께 A는 자신의 가방에 그 핸드폰을 다시 쑥 집어 넣고, 피곤하니 어서 자자고 했다. B는 사실 이때까지도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A의 업무능력이 직장에서 인정받으니 공사가 참 다망하구나, 이렇게 밖에서 열심히 일 하는 A를 위해서 아침밥도 못 챙겨 준 것이 되레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A는 일 주일 동안 출장을 간다면서 집을 떠났다. B는 출장 가는 아침에 오랜만에 북엇국을 든든하게 먹여 보내서 마음이 좋았다. 마치 엄마가 아들에게 뜨끈한 밥을 해준 것 같아서 이런 게 사는 것이구나 했다. 그렇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소한 기쁨이 모여서 인생이 행복한 것이지 하는 마음만 B에게 있었다.

A가 출장을 떠나고 삼일째 되는 날이었다. 오후 나른한 시간이었고 낮잠을 자려는 때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히면서 벨소리가 들렸다. B는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는데, 피싱도 많고 보험가입 등 귀찮은 광고전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받지 않았고, 두 번째 또 계속 울렸다. 정말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성가신 일이다. B는 일단 받았다가 끊으려 했는데 전화기 저편으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주경찰서인데, 혹시 A씨를 아느냐는 것이었다"

요새 하도 피싱이 많으니 그냥 대충 끊으려 하다가 느낌이 이상했다. 제주도 경찰서인데 A가  렌터카를 운전하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나서 동반하신 분과 함께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부산으로 출장을 간다는 사람이 제주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B는 거듭 확인을 했다. 

B는 아마도 부산 출장이 제주도 출장으로 변경되었다가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 그래서 공무상 사고니 회사에서도 대책을 세워줄 것 같아서, A가 다니는 회사에 연락을 하고 자신이 곧 제주도로 가봐야 할 것 같지만 내일이나 다음 주면 출산이라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A가 회사에 전화를 거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A는 지금 출장중이 아니라 휴가 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열흘 휴가를 냈다는 것이다. B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A가 자신의 아내가 출산일이 다가와서 휴가를 열흘 써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휴가를 내고 홀연히 사라진 A는 도대체 누구와 함께 제주도에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인가? A의 교통사고 소식에 회사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별도로 알아보겠다고 했다.

B는 혼란에 빠졌다. 그렇지만 A가 지금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있다니 만삭의 몸이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야만 했다. 제주00병원에 도착하니 A는 다리와 목에 깁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A는 B가 병원에 온 것도 모르는지, 또는 잠이 든 것인지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병실 밖에는 웬 남자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경찰서 교통사고 처리반과 보험회사 직원들이었다.

B는 사고경위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동승자는 더 크게 다쳤다고 했다? 웬 동승자? 알고보니 동승자는 20대 여성이며, 이름은 D라고 했다. B가 생판 모르는 여자 D는 누구인가?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했다. 당장에 A에게 달려가서 물어보고 싶은데, 의사가 A는 진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면서 다행히 큰 위기는 벗어났고 다리와 목만 회복되면 될 것이라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혼자서 병실 복도에서 있다가, A가 깨어난 것 같아 그를 봤다. A는 목에 깁스를 하였고 얼굴은 퉁퉁 부었다. 그런데 뭐라고 웅얼거리면서 말은 할 수 있었다. A는 교통사고는 자기 책임이 아니고 상대방이 중앙선을 넘어서 생긴 것이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B를 안정시키는 말을 했다. 의식도 돌아왔고 다행히도 정신도 말짱해 보여서 안심이 일단 되었다. 그래서 B는 같이 타고 있던 여자는 누구냐고 물었다.

A는 B가 회사에서 자신의 휴가를 알아보고 내려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출장지가 갑자기 제주도로 변경되었는데 그 여자는 이곳의 직원이라고 했다. 자신을 안내해주려고 차에 동승했다가 사고가 난 것뿐이라고 변명했다. B는 병실에서 출장을 핑계로 제주도로 A가 어떤 여자와 놀러 왔다는 느낌이 분명 들었다. 하지만 일단 A가 쾌유를 해야 하니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환자와 싸울 수도 없고 그냥 A의 변명만 들어줬다.

그렇게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A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전화벨이 울렸다. 바로 업무용폰이었다. 발신인은 총무팀이었다. B는 아마도 A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회사 총무팀에서 대책을 강구해 주려는 것인지, 그가 없어도 전화를 받아도 될 것 같았다. 제주도에 와서는 휴대폰락을 해제했는지 수신이 가능했다. 일단 휴대폰 수신통화를 눌렀다. 그러자 일순 그곳에서는 전혀 엉뚱한 소리가 들렸다.

"여보, 당신은 괜찮은거야?"

"어휴, 우리 제주도에 같이 와서 이제 어쩌지?"

전화기 수신 통화에서 들리는 소리는 총무팀이 아니라 어떤 여자가 마치 남편에게 하는 소리 같았다. B의 머릿속은 하얗게 되었다. 지금 상황을 정리해 보자면 아주 간단하다. A는 회사에서 공무차 제주도로 출장을 온 것이 아니라 D라는 여자와 놀러 온 것이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 순간 아랫배에 강한 통증이 왔다. 아기가 태어나려나보다, 분만의 시간이 온 것이다. 아마도 B의 혼란한 정신상태가 몸에 강한 충격으로 이어져서 아이가 나오려는 것 같았다. B는 비틀거리면서 병실로 나가서, 간호사에게 자신이 분만할 것 같다고 했다. B는 급히 산부인과로 이송되었다.  남편 A의 교통사고로 제주도 병원에 왔는데, 자신도 분만의 시간이 되어서 같은 병원 산부인과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B는 다행히도 병원에 있었기에 금방 옮겨져서 안전한 분만을 했다. 

태어난 아이는 딸이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딸을 낳았다고 했는데 행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B는 그냥 울음만 억억 터트렸다. 아이를 출산해서 기뻐해야 하는데, 슬픈 감정만 들었다. A는 일단 교통사고 치료를 받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부부가 같은 병원에서 나뉘어 입원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면서 B는 몸을 회복하고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B는 아이를 데리고 그냥 병원을 나왔다. 

A가 어찌 되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전화 한 통도 없는 그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B는 태어난 갓난아기를 안고 제주도를 떠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갓난아기는 엄마에게 당분간 맡기기로 했다.

집을 한 달 가까이 비웠더니 먼지도 많고 휑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베란다 창문을 열고 집안을 환기 시켰다. 문득 A는 어떻게 된 것일까? 궁금했다. A에게 돌연 전화를 했다. A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A가 입원했던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A는 벌써 퇴원을 해서 그곳에는 없다고 한다.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A가 다니는 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A가 퇴직을 요청해서 면직 처리 되었다고 한다. 갑자기 남편인 A와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아마도 A는 자신의 불륜행각이 교통사고로 들통나서 회사를 더 이상 나갈 수도 없게 된 것 같았고, 자신도 볼 면목이 없어 연락을 끊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자기 애가 태어났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막한 시간들만 지났다. 며칠이 더 지나고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다시 A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없는 번호라고 한다. A는 휴대전화도 해지한 것 같았다. 도대체 그와 연락할 길이 없다. A와 가깝다는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해서 그의 소식을 들어보려 했지만, 아무도 최근에 그를 만난 적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렸다. 

A의 지인들은 'A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데 설마 제수씨에게 아무 연락도 안 하겠냐'는 말까지 하니 정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A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그가 아마도 개인적으로 바빠서 그럴 것이다. 사람이 얼마나 좋고, 다정다감한 친구냐면서 오히려 A를 칭찬까지 했다. B는 A의 외도를 그의 친구나 지인에게 밝히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A가 바람피운 것이 어쩌면 또 나의 잘못이 있어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혼란의 시간을 보낼 때, 집에 초인종이 마구 울렸다.

딩동, 딩동, 딩동

To Be Continued By C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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